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풍경

천상병의 새

은하수(銀河水) 2020. 11. 20. 14:48

천상병의 새

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

내 영혼의 빈 터에

새 날이 와, 새가 울고 꽃잎 필때는,

내가 죽는 날

그 다음 날

산다는 것과

아름다운 것과

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

한창인 때에

나는 도랑가 나뭇가지에 앉은

한 마리 새.

정감에 그득찬 계절

슬픔과 기쁨의 주일,

알고 모르고 잊고 하는 사이에

새여 너는

낡은 목청을 뽑아라

살아서

좋은 일도 있었다고

나쁜 일도 있었다고

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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